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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서평]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by JANEYDAY 2020. 1. 10.

파트너가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별을 말했을 때 나와 가족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 앞에서 다정하게 웃는 이 남자가 단톡 방에서는 몰카를 돌려보며 낄낄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는가?

나의 쾌락에는 관심도 없는 일방적인 섹스 후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갑갑함을 느끼는가?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여자들은 이제 섣불리 밖으로 나오지 않을 거다. 예전처럼 기꺼이 목을 내어주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세계 6위 규모에다 카페 산업의 몇 배라는 성매매 산업,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살인 등에 관한 뉴스가 업데이트되는 사회에서,

정말 심각한 디지털 성범죄를 논하면서도 '이런 걸 범죄라고 하면 한국 남자의 대다수가 잡혀 들어가야 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 판국에,

이 남자만은 믿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아무래도 좀 미친 생각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할리우드 이야기들이 그렇듯, 결국 인간들이 승리하고 평화가 찾아오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곤란할 거다.

말 그대로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

정말 가볍게 읽기 좋다. 소설의 내용은 깊은 생각을 유발한다기보다는 막연하게 웃기고, 그 속에서 뼈저리게 현실을 느끼게 해 준다. 작가의 말은 꼭 읽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 든다. 소설의 여자 주인공은 마치 내가 여혐을 처음 접하고 나서 애인을 만날 때의 나 같아서 회상이 된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고, 책을 읽히려 하고, 언쟁을 통해 납득하게 하고. 그런 첫 연애 후 몇몇의 남자 친구를 겪고 나서 든 생각은 '부질없음'이다.

사람은 겪지 않은 일을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남자로 태어난 이상 이해하기는 어렵겠지

 

며칠 전에 친구가 오후 8시 즈음에 벌벌 떨면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방금 택시에서 내려서 집에 걸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목소리는 떨리며 울다시피 말해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남자 친구와 데이트 후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고 했다. 기사는 백미러로 자꾸 그녀를 살펴보며, 집 가는 방향이 아닌 자꾸 우회전을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은 신도시여서 강을 끼고 직진으로 크게 길이 하나 나있다. 그 길 끝에는 그 아이의 집이 있지만 아직 개발이 덜 되어 길 오른쪽으로는 수풀 길이거나 흙더미가 많이 쌓여 있는 길이다. 처음에는 친구도 왜 우회전을 하느냐며 직진만 하면 된다고 기사에게 말했지만 그는 웅얼거리며 계속해서 우회전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녀는 점점 목소리를 높였고, 기사는 계속해서 백미러로 친구를 흘깃 보면서 우회전을 시도하고, 그러다 신호로 차가 잠시 정차했을 때 그녀는 돈을 놓고 갑자기 문을 열어 뛰어내렸다고 한다. 정말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 차에서 내리지 않았더라면 더 위험한 순간이 왔겠지.

씁쓸하게도 그녀는 남자 친구가 있음에도 그 순간에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나와 약 35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해도 그 순간 그녀가 느꼈을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고 오히려 위험하게 뛰어내린 자신을 타박했을 거라며 나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일 특성상 프로젝트 진행 시 야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날도 역시 야근 후 어플을 통해 택시를 잡은 후 탑승했다. 한 2분 있었나? 기사가 갑자기 여자는 향기가 나야 된다고 했다. 나는 그날 향수도 뿌리지 않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그러면서 향기가 나야 남자 친구가 생긴다고 했다. 남자는 향기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며,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 그냥 하하.. 하고 낮게 웃었고, 기사는 말하는 와중 계속해서 백미러로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예쁘게 생겼네 남자 친구 있어?'라고 물어보더라. 없다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갓길에 차를 정차하고 앞좌석 쪽 머리 위 불을 켜고 뒤를 돌더니 내 얼굴을 찬찬히 훑어봤다. 너무 소름이 끼쳤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고, 내 얼굴을 다 본 건지 기사는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 자기에게 아들이 두 놈이 있다며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방금 그 행위에 대한 사과는?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고,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나는 집에 안전히 가야 했고, 아직 집에 도착하려면 족히 15분은 더 남아 있었다. 별 수 있겠는가 그냥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욕이나 했다.

평소에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남자 동기 한 명과 함께 타고 간다.

2주 중  유일하게 따로 탔던 그 날, 나는 그런 일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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