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이 남자들에게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남자에게 환상을 품는 것에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내가 선택한 이 운명 말고, 다른 운명의 남자가 어딘가 꼭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여자들의 우매함은 정말 질색이다. 남자는 한 종(種)이다. 전혀 다른 남자란 종족은 이 지구상에 없다.
여자들로 하여금 남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한 죄, 자신이 택한 남자가 나빴던 것은 자신의 숙명이라고 여기며 여자들을 운명주의에 빠뜨린 죄.
맹장들은 상대가 강할수록 전의를 불태운다.
적당한 돈을 지급하고 대신 안락함을 얻는 일에 너무 인색하지 말 것.
나는 어떤 일이든 강한 집념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한번 마음먹은 일이라면 그것으로 파국을 맞을망정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그런 성격은 의외로 드물다. 모두 다음에 닥칠 기회를 행여 놓칠까 전전긍긍하며 망설인다. 소심한 기회주의자들이 나는 싫다. 그 우유부단함을 보고 있자면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워 견디기 힘들 지경이다.
오지도 않을 행복을 기다리며 긴 세월을 살아온 여자들의 그 끝없는 인내가 나는 조금도 가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희생이라니, 고통의 인내는 미덕이 아니다. 그것이 미덕이라는 주장은 기득권을 쥔 자들의 염치없는 요구일 뿐이다. 강자에게 짓밟히는 약자들이 끝없이 소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힘. 언젠가는 힘으로 다시 너를 누르리라. 내게 힘이 있다면 반드시 지금 당한 그대로 너에게 돌려주리라. 그 많은 불행한 여자들이 모두 희생이나 인내를 진실로 미덕이라고 믿었을까.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이 희생과 인내를 감수한 적이 과연 있었던가.
온몸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이 느낌이 정말 좋다. 신경의 어느 한 오라기도, 근육의 어느 한 부분도, 뇌세포의 어느 한 개도, 내 몸과 정신의 어느 한구석도 빈 곳이 없는 이 상태. 이 놀라운 탄력감이 정말 상쾌하다.
그렇고 그런 일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나른한 몸으로 귀가하여 역시 그렇고 그런 밤을 보내는 벌레 같은 삶을 나는 경멸한다. 미지를 향한 끝없는 발돋움, 삶이란 그 한없는 떨림의 공명판이 아니던가.
그러나 비극에는 오르가즘이 있다. 비극만이 절정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는 신이 내린다 해도 절정을 느끼는 것은 삶의 주인공인 바로 우리다. 그 감정만은 우리가 소유한다. 인간이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것. 그래서 모든 비극은 황홀감을 지향한다.
기회만 닿으면 남의 부인이건 남의 귀한 외동딸이건 가리지 않고 성의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여러분들의 그 고귀한 기회균등의 정신 앞에서
여자의 삶이 남자와 상관없이 독립적일 수는 없는가. 나는 연약한 이 땅의 여자들에게 절망한다. 내가 벌이고 있는 남자들과의 전쟁에서 진정한 동성의 협력자를 얻는 일은 정녕 불가능한가.
나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하나의 시작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시작했다. 그러므로 나는 이미 반을 이루었다.
여자라는 종족이 사실은 남자보다 우월한데 거기다 힘까지 강해지면 절대로 휘어잡을 수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끊임없이 연약한 여자가 아름답다고 외치지요. 그 말은 곧, 여자들이여, 제발 힘을 버려달라, 라는 주문에 다른 표현이라고요.
난 여자들이 연약함을 내세워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것을 혐오해요. 남자들이 연약한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그런 작태를 부추기는 꼴이지요. 여자라는 존재는 약하다고 믿고 싶은게 남자들 희망이거든요. 그래야 여자들 위에 군림할 수 있으니까요. 여자는 연약하다, 여자라는 존재는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가냘픈 존재다, 라고 자꾸 떠들어주니까 여자들이 정말 점점 약해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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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내가 이런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또 만날 수 있을까
읽으면서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책은 처음이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글자가 한 음절씩 마음에 박혀 내 마음에 너무 사무쳐 잠시 멈추고 숨을 가다듬기도 했다. 아쉬워서 책깃을 만지작 거리며 맨 뒷장과 앞장을 펼쳤을 때 초판년도를 보고 혼자서 더 깊은 수렁에 빠져 충격에 멈춰있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했는지 알 것 같다면 자만일까.
내가 좋아하는 에디터 한 명이 있다. 이제 막 2년차고 나는 간간히 그의 블로그를 확인하며 빼먹지 않고 그의 글을 읽는다. 개인적으로 그의 수줍은 성격을 덤덤한 문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그랬다 너무 아픈 책이라고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픈 글이라 읽다 몇 번이고 주저했다고 한다. 나와는 사뭇 다른 감정으로 이 책을 읽어내려간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암,, 그렇지. 멀리서 바라만 보던 나였지만 그는 많이도 우울하고 깊히도 슬퍼했다. 그도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메울 수 없는 현실을 보았겠지. 그래서 그런 결론을 내렸겠지 J 멀리서 너를 응원한다.
나는 이 책이 나에게 너무 강렬하다. 내 귓가에 강민주가 바람이 되어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아야지 하며 삶의 지침을 내려주는 것 같다. 한 편으론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벌레 같이 살던 내 모습들이 속속히 지나간다. 내가 그렇게 경멸하고 살아가지 않고 싶어하던 삶은 내 모습이었기에 앞으로의 나아감에 있어 단단한 푯말이 되겠지.
5/1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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